우리가 하늘에서 아주 아름답고 푸근한 보름달을 보며 즐거워하더라도 천문학자 대부분은 그러지 못합니다. 보름달이 싫어서가 아닙니다. 달빛이 많은 항성들이 내는 빛을 덮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관찬을 위해서라면 밤하늘은 어두우면 어두울수록 좋습니다. 이미 빛공해로도 충분히 관찰에 어려움이 있는데, 거기에 휘영청한 달까지 더해진다면 관찰은 더욱 힘듭니다.
우리 모두가 아주 쉽사리 관찰할 수 있는 천문학적 현상이 있습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어둠이 있으면 빛이 있다는 것입니다. 지구 위에서 밤과 낮은 규칙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것일까요? 멍청한 질문이라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언제나 태양이 지구의 절반만을 비출 수 있으니 나머지 절반은 어두운 상태여야 할 것입니다. 아주 당연한 듯합니다.
그러나 별빛과 달빛을 받으며 서 있는 지금 이 순간, 딱히 이유를 찾을 수 잇을지는 모르겠지만 밤이 어째서 어둡지 않으면 안 되는지 고민해 보도록 합시다. 밤은 인류가 시행한 최초의,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간단히 관찰할 수 있는 천문학적 현상입니다. 저녁이면 언제나 어두워지는 것이 우리에게는 당연한 일상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을 깊게 해봅시다. 그러면 우주의 놀라운 특징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밤이 왜 어두운가에 관한 문제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수백 년 전부터 논의되었습니다. 1826년에 독일인 천문학자 하인리히 올베르스는 어째서 밤도 낮처럼 환하지 않으면 안 되나 고민했습니다. 우주가 무한히 크고 그 안에는 무수히 많은 별들이 존재하는데, 만역 우주가 무한이 오래되었고 그럼에도 변함이 없다면 우리는 항상 하늘 어디를 보던 별들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조금의 공백도, 검정도, 빈 공간도 별과 별 사이에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몇몇 별이 빛나는 어두운 밤 대신에 어디에서나 똑같이 빛을 발하는 하늘을 봐야 합니다.
올베르스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당시 사람들은 우주에 대해 아직 많은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우주가 언제나 존재했으며, 또 계속해서 항상 존재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우주는 무한히 크고 고정된 어떤 것이었습니다. 영원해야 하며, 그 안에서 발생하는 것들을 모두에게 변함없는 무대여야 했습니다.
우주의 한 부분이 별로 가득 차 있다면, 마찬가지로 다른 우주 전체도 별로 가득 차 있어야 했던 것입니다. 그러한 당시의 시각에서 올베르스의 주장은 일리가 있었습니다. 만약 우주가 무한히 크고 균등하게 별들이 자리 잡고 있다면, 우리가 어디로 시선을 돌리던 별 하나는 보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 경우 하늘은 빛나는 별들이 빼곡한 바다처럼 보여야 합니다.
올베르스의 이러한 생각은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습니다. 들판 끝에 있는 작은 숲을 바라봅시다. 맨 앞에 몇 그루의 나무가 보입니다. 나무들 사이에는 빈틈이 있을 테지만, 그 사이로 우리는 뒤의 다른 나무들도 보게 됩니다. 그 나무들 사이의 공백에도 계속해서 또 그 뒤에 자리한 나무들이 빼곡합니다. 결국 우리는 숲 너머를 바라볼 수 없으며, 어디로 시선을 돌려도 항상 그 시선의 끝은 나무를 향하게 됩니다.
물론 숲은 우주와 같지가 않습니다. 크기도 훨씬 작고 별들보다 훨씬 두꺼운 나무들이 함께 모여 있습니다. 그러나 둘 사이의 유사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올베르스가 생각한 우주의 경우도 바라보면 볼수록 더 많은 별들이 보이게 됩니다. 물론 우리가 이대 보게 되는 별들은 멀수록 더 작게 보이겠지만, 반대로 멀수록 더 많은 별들이 보일 것입니다. 결국 크기 문제가 상쇄되고 밝은 밤하늘이 눈앞에 펼쳐져야 했습니다.
그러나 명백하게도 밤하늘은 어둡지 않고 밝기에, 이 문제는 올베르스의 역설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무언가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이 역설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당시 세계상에서 우주는 무한히 오래되었고 무한히 컸습니다.
하지만 우주는 137억 년 전에 생성되었고, 무한히 오래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무한히 크지도 않으며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그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GPS 위성의 도움으로 택시를 타고 어렵사리 목적지에 왔을 때를 생각해봅시다. 빛은 무한히 빠르지 않지만, 그 어느 것도 빛보다 빠르지 않습니다.
항성의 빛이 우리 눈에 들어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말입니다. 수많은 별들이 아주 멀리 떨어져 있기에, 빅뱅 이후 그 별빛은 아직까지 우리에게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별의 수명이 영원하지 않음을 압니다. 별은 언젠가 탄생하고 다시 사라지기에, 그 빛 역시 영원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올베르스와 그 시대 사람들은 우주가 고정되어 변하지 않는다고 믿었습니다. 이 역시 오늘날 우리가 아는 바로는 사실이 아닙니다. 137억 년 전에 생성된 우주는 팽창하기 시작해서 오늘날까지도 끈임없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텔레비전에서 우주배경복사의 형태로 만나보았습니다. 만약 우주가 팽창하지 않는다면, 낮과 밤 모두 빅뱅이 있은 후부터 해방되어 나온 빛으로 밝혀져 있을 것입니다.
'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뇌의 발달과 우수성 (0) | 2020.11.28 |
---|---|
지구와 태양계 (0) | 2020.11.27 |
우주의 운명,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0) | 2020.11.25 |
은하의 진화 (0) | 2020.11.24 |
은하의 분류 (0) | 2020.11.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