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처음 5억 년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물질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신비에 쌓여 있습니다. 그 결과 지질학자들은 지구가 끔찍한 액체 용암 덩어리 상태에서 얼마나 빠르게 냉각되었는지, 고체 지각과 최초의 바다는 언제쯤 형성되었는지에 대해 여전히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 지구의 지질학적 지도를 보면, 수십억 년의 지질학적 역사를 거쳐 왔음에도 여전히 호주, 남아프리카, 북아메리카, 그린란드 같은 고대 대륙의 중심부에 지표면 위로 아주 오래된 암석들이 드러나 있는 지역이 몇 군데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발견되는 암석과 광물의 일부는 연대가 거의 40억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우리 지구는 대략 45억 4천만 년 정도 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여전히 지구의 초기 5억 년 정도가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 시기를 명왕누대라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의 발견들로 지금까지 수수께끼였던 이 기간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명왕누대의 유물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암석은 38억 년에서 42억 8천만 년 사이의 것이지만, 지르콘 광물의 아주 희귀한 조각 일부가 43억 6천만 년쯤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거대한 시간대를 연구하는 데 있어서 이 정도는 아주 사소한 차이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조각이 드러낸 8천만 년의 추가 역사는 우리에게 지구 발전 초기 단계에 대한 아주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지도 모릅니다.
지르콘은 호주 서부 잭 힐스 지역에서 좀 더 어린 바위 속에 박힌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무게는 백만 분의 1g도 되지 않고 길이는 대체로 0.3mm 미만인 이 결정체는 놀랍게도 화산성 모암을 깍아내 그 조각들을 더 어린 퇴적암인 역암으로 재탄생시키는 침식 주기를 완전히 거치고도 살아남았습니다.
지르콘은 기본적으로 아주 강한 광물이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1,400도 이상의 고온과 고압에서 형성되는 지르콘은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고 침식 주기를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다른 광물들은 물리적, 화학적 작용이 복합적으로 가해지면 분해되고 변합니다.
결정체는 그 안에 있는 우라늄, 토륨, 납의 방사성 원소, 즉 동위 원소의 비율을 통해서 그 연령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수십억 년에 걸쳐 원래 샘플에 있던 우라늄이 방사성 붕괴를 거쳐 토륨이 되고, 토륨은 차츰 납으로 변합니다.
지질학자들은 현재 샘플에 든 각 동위 원소의 비율을 측정하여 이것이 얼마나 오래전에 만들어진 것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르콘의 발견 직후에 그 연령대가 확인되었음에도 2000년대 초가 되어서야 퍼스 커틴 공과대학의 사이먼 와일드가 이끄는 과학자 팀이 지르콘을 이용해서 지구 초기 환경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 대한 단서
지르콘 결정은 자라난 층의 형태, 즉 구획 형태와 성장부 안에 분포된 희토류 원소를 통해 어떤 식으로 형성되었는지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런 특징은 당시 기압과 온도 조건을 알려줄 수 있으며, 광물 함유물을 분석하면 이들이 형성된 원래 모암에 관해 더 많은 정보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결정에서 발견되는 중요한 환경 지표 중 하나인 티타늄은 형성된 지역의 온도를 알려줍니다(티타늄이 많을수록 온도가 더 높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하프늄의 동위원소 176Hf와 177Hf의 비율은 결정체를 만든 용융 마그마가 순수하게 지표면 아래 깊은 곳에 있는 맨틀과 동일한 물질들로 이루어져 있었는지, 아니면 지각과 동일한 물질들을 포함하고 있었는지를 가르쳐 줍니다. 또한 무거운 산소의 동위 원소 18O가 더 많을수록 마그마가 지표묜의 액체 물과 상호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잭 힐스의 지르콘은 1980년대 초에 처음 발견되었고, 그 이후 수십 년 동안 지질학자들은 초기 지구의 상세한 모습을 그리기에 충분할 만큼의 개별적 결정체들을 찾아냈습니다. 2001년에 발표된 와일드 팀의 분석에 따르면, 지르콘은 42억 5천만 년 전에서 40억 년 전 사이에 약 680도 이하의 화강암질 마그마 환경에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 마그마는 맨틀과 지각 암석의 혼합물로부터 형성되었고, 이 지각 암석은 이미 지표나 그 근처의 물과 상호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므로 지르콘이 형성되었을 무렵에 지구는 이미 충분히 식어서 고체 지각과 표면의 물이 만들어진 상태였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하지만 최근 지르콘에 든 다양한 광물 중에서 다이아몬드를 찾아 분석한 결과 이런 지구의 초기 모습에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대개 다이아몬드는 비교적 온도가 낮은 화강암질 마그마에서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다이아몬드는 표면 아래의 상당히 깊은 곳에서나 운석 충돌 직후의 고압에서만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반면 지르콘 자체에는 깊은 곳에서든 충돌로든 그런 고압에 노출된 흔적이 없습니다.
현재 이 수수께끼에 대해 널리 알려진 설명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 다이아몬드가 43억 6천만 년 전에 큰 충돌 같은 한 번의 고압 사건으로 형성되었고, 그 뒤에 더 어린 암석으로 삽입되어 지르콘과 합쳐졌다는 설입니다.
또 다른 설명은 다이아몬드가 지구 초기 역사 때 알 수 없는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서 자라나는 지르콘 안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설입니다. 하지만 두 설명 모두 완벽하지 않으며, 당시 지구의 표면 온도에 대한 질문은 회피하고 있습니다.
한편 또 다른 가능성은 차가운 지구의 개념을 이어갑니다.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탄소가 처음에 탄소가 풍부했던 원시 대기로부터 흑연 형태로 지르콘 안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탄소가 이후에 지르콘의 섭입 과정에서 압축되면서 다이아몬드로 변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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