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5월에 칠레 발디비아에서 규모 9.5라는 지금까지 기록된 지진 중 가장 강력한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지진과 그 후에 덮친 끔찍한 쓰나미는 태평양 해저의 나스카 판과 남아메리카 판의 대륙 지각이 수렴한 결과였습니다.
남아메리카의 태평양 연안은 화산과 지진 같은 지질 재해에 익숙하며, 오늘날 우리는 그 두 가지 재해가 모두 판 구조적 활동의 결과라는 걸 압니다. 두 개의 지질구조판이 연간 8cm의 속도로 서로 가까워진다는 건 굉장한 일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지질학적 시간에서 보면 10만 년에 8km인 셈입니다.
이런 엄청난 힘 앞에서는 결국 어느 한쪽 판이 다른 판에 굴복해야 하고, 이런 종류의 충돌에서는 항상 해양판이 패배해서 다가오는 대륙한 아래로 가라앉습니다. 이런 구조적 과정을 섭입이라고 합니다.
이 과정을 발견하고 마침내 판 구조론을 제창한 것은 1920년대부터 1960년대 사이에 일련의 중대한 발견들을 한 덕택입니다. 지진파의 연구, 특히 1920년대 말에 일본 지진학자 기요 와다티가 최초로 삼발 지진을 감지한 것이 핵심 요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발견의 중요성을 제대로 파악한 것은 30년이 더 지난 후 미국 지진학자 휴고 베니오프였습니다.
베니오프의 돌파구
1930년대에 베니오프는 지진파를 감지하고 측정하는 새로운 기구를 제작했고, 그의 발명으로 정확한 지진파의 이동 시간과 그 근원에 대한 상세한 분석이 가능해졌습니다. 이 장비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냉전기 핵 실험을 감시하고자 만들어진 최;초의 국제표준지진관측망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이 관측망에서 모은 자연 지진에 관한 새로운 데이터 덕택에 심해 해구 주변의 진앙이 놀랄 만큼 한곳에 모여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결과적으로 베니오프는 1950년대에 심해 해구가 단층대라고 주장하고, 일반적으로 무시되었던 대륙이동설이 이들의 기원을 설명해 줄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베니오프는 계속해서 진앙의 깊이 분포 역시 해구 바닥에서부터 대륙 주변부 아래로 약 700km를 내려가며 명확한 패턴을 따른다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오늘날 와다티-베니오프대라고 하는 이 지역은 지진 활동이 활발한 섭입대의 일부분으로, 수렴하는 지질구조판이 다른 판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곳입니다.
대지진
이런 종류의 지질구조판 수렴이 발디비아 지진을 일으켰습니다. 태평양 깊은 곳에서 비교적 밀도가 높은 나스카 판의 해양 지각이 동쪽으로 30도 정도의 각도로 남아메리카 안데스산맥을 이루는 두꺼운 지각 판 아래로 섭입되었습니다.
이 섭입 과정에서 대량의 에너지가 형성되고 서로 밀치고 지나가는 암석 사이의 마찰이 지진 형태로 방출되어 사방으로 격렬하게 뒤흔들며 전파되었습니다. 발디비아 지진으로 발생한 균열은 기껏해야 20m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것이 균열 지역을 따라서 초속 3.5km의 속도로 800km 거리까지 확산되어 겨우 몇 분 사이에 몇 세기 동안 쌓여 있던 에너지를 무시무시하게 방출했습니다.
방출되는 에너지 양을 측정하는 단위인 기존의 리히터 규모를 대체하는 모멘트 규모로 9.5가 나온 이 지진은 발디비아와 푸에르토몬트의 마을들을 폐허로 만들었고 해안 지역은 전부 물에 잠겼습니다. 지진의 여파로 최소한 1,5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되며, 초기의 소규모 지진으로 경고를 받지 못했다면 피해는 더욱 컸을 것입니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한 세기 동안의 지구 총 지진 할당량 중 약 25%에 달하는 이 지진보다 더 큰 지진은 일어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파괴적인 쓰나미
해안에서 약 160km 떨어지고 페루-칠레 해구 아래 비교적 얕은 33km 깊이에 진원이 있었던 발디비아 지진은 다른 수많은 섭입대 지진과 마찬가지로 쓰나미를 일으켰습니다. 25m 높이까지 솟구친 파도는 해안가 마을들을 휩쓸고 배들을 1km쯤 떨어진 내륙까지 실어 보냈습니다.
쓰나미는 해상에서 별다른 영향력 없이 시속 수백 킬로미터의 속도로 해양을 가로지르지만, 진원에서 한참 떨어진 해안 지역에 도착해서 다시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는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시속 350km로 움직인 이 쓰나미는 15시간 만에 하와이에 도착해서 10m 높이의 파도로 61명의 목숨을 앗아 갔고, 다시 일곱 시간을 더 가서 진원에서 17,000km 떨어진 일본에 도착해 140명의 목숨을 더 빼았았습니다.
교훈
1960년 발디비아 지진의 엄청난 규모는 지진학에 새로운 장을 열어 주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여파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우리 지구 전체가 이렇게 커다란 충격파를 받으면 종처럼 조화롭게 진동하며 울린다는 명백한 증거가 나왔다는 점입니다.
또한 이 지진은 국제적인 협력을 촉진하여 현재 하와이 에바 해변과 알래스카 팔머에 본부를 둔 더 진보한 태평양 쓰나미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이 관측소에서는 2004년 12월 인도양의 쓰나미를 감지하고 경보를 발령했지만 지역 당국에서 제때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23만 명이라는 엄청난 사망자가 발생하였고, 이 사건으로 인도양에 대한 별도의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여 2005년 6월부터 활동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2006년 7월 자바 지진과 그 이후의 쓰나미에 대한 경보는 외딴 해안 지역까지 전달되지 못해서 600명 이상이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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